윤석열 대통령이 과학기술 인재 육성 대책의 하나로 역사교육을 강조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7일 오전 세종 과기정통부 청사에서 취임 1주년 간담회를 열고 이와 관련한 대화를 공개했다. 지난달 24일 미국 국빈 방문을 위해 전용기에 오른 윤 대통령은 이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장관을 비롯한 몇몇 정부 인사들을 불러 모았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과학기술 인재 육성을 위한 정부 정책이 대화 주제가 됐다. 이 장관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소프트웨어(SW)를 잘하고 과학, 기술, 수학을 잘하려면 역사를 잘 알아야 한다"며 "초등학교 때부터 과학과 관련된 역사, 즉 과학사를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왜 수학과 과학을 배워야 하는지, 어떤 기술이 나오게 된 배경과 인류에 미친 영향을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교육하자는 제안이다. 이 장관은 "결국 과학, 기술을 배우기 위한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는 말"이라며 "대통령 의견을 바탕으로 교육부와 과기정통부가 관련 교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로 윤 대통령의 '반도체 개인과외'까지 진행했던 이 장관은 지난 1년 동안 자신만의 색깔이 묻어난 정책으로 '시스템 반도체 인재 육성'을 꼽았다. 시스템 반도체는 한국이 세계 시장에서 3% 수준 점유율로 열세에 놓여 있는 분야다. 그는 "대학 학부 3, 4학년 때부터 스스로 시스템 반도체 회로를 설계하고, 그것을 공공기관이 아주 싼값에 제작해주는 교육제도를 만들고 있다"면서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은 학부생들이 대기업이나 대학원, 세계적 펩리스(반도체 설계)기업에 근무할 수 있도록 지난해부터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이밖에 누리호와 다누리호 개발, 국산 초거대 인공지능(AI) 투자,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12대 국가전략기술 육성, 5세대(5G) 이동통신 중간요금제 등 통신요금 선택권 확대 등을 성과로 제시했다. 반면 데이터 관리 사업인 클라우드 산업 육성과 통신비 추가 인하는 남은 과제로 언급했다. 통신 3사가 투자 부족으로 반납하게 된 5G 28기가헤르츠(㎓) 대역에 대해선 "통신사들이 (주파수를 받기 위해) 협의를 했는데 이행하지 않았다"며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정부는 28㎓ 주파수를 할당할 제4 통신사업자를 찾고 있다. 5G 요금제를 다양화하기 위한 정책 수단도 계속해서 동원할 계획이다.다만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류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오염수 시찰 과정에서 과기정통부의 역할이 너무 없다'는 지적에 대해 이 장관은 "외교부를 통해서 (시찰에) 어떤 항목을 넣을지 논의 중"이라고 전했고, 오태석 과기정통부 1차관은 "범정부태스크포스(TF)에서 자세한 내용을 논의하고 있다"며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